한겨레 토요특집판 돌고래 생태관광최적지! 김녕요트 제돌이 만나면 대박, 못 봐도 설렘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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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요트투어 작성일14-07-05 10:50   hit2,10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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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45528.html




제주시 김녕 앞바다에서 고래관광에 나선 관광객들이 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다. 김녕요트투어 제공

[토요판] 생명
제주도의 고래관광

제주시 김녕 앞바다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볼 수 있는 ‘고래관광’의 최적지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난 봄부터 돌고래들은 이삼일에 한번꼴로 나타나 고래관광을 하는 요트에 붙어서 놀고 간답니다. 운이 좋으면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D-38)도 볼 수 있습니다. 망원경을 들고 가서 찾아보세요. 1번, 2번 돌고래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답니다.

초여름 햇살이 하얀색 요트 갑판에 내려앉았다. 김녕요트투어의 30인승 요트 ‘보나호’가 김녕항 방파제를 벗어나자 가이드 김현선(25)씨가 관광객들 앞에 섰다.

“남방큰돌고래는 보통 10시 타임에 많이 나타나요. 제주도 연안을 돌면서 지내는데, 이곳 김녕 앞바다에서 가장 자주 보이지요.”

“오늘도 볼 수 있나요?”

“그건 야생이라 장담 못해요.”

갑판에 나란히 앉은 50대 여성들 중 한명이 전라도 사투리로 농을 쳤다.

“10시에 나오라고 조련시킨 거 아녀요?”

그때 선장이 소리쳤다. “돌고래다!”

6월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마을 앞바다. 예닐곱마리의 돌고래 가족이 해안선을 따라 헤엄치고 있었다. 발을 맞춰 행진하는 아이들처럼 어미와 새끼는 나란히 수평선을 갈랐다. 수십마리는 되어 보이는 돌고래들이 동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돌고래 가족은 첨벙첨벙 바닷물을 튀기며 전진하는 이웃 돌고래 군단의 군무 속으로 이내 사라졌다. 얼마 안 돼 누군가 “1번 돌고래다!”라고 외쳤다. 등지느러미에 하얀색으로 1번이 새겨진 돌고래. 제돌이가 무지개처럼 하늘을 갈랐다. 2번 돌고래 ‘춘삼이’도 배 앞에서 뛰쳐나왔다. 1번, 2번은 야생방사를 주도한 ‘제돌이시민위원회’의 과학자들이 관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등지느러미에 드라이아이스로 표시한 것이다.

제주도서 고래관광에 나섰더니
살찌고 무리와도 잘 어울리는
제돌이·춘삼이 세번 만에 만나
돌고래 야생방사는 성공했지만
전시공연용 돌고래는 두배 급증

여름철 2~3일에 하루꼴 출현
돌고래를 만날 수도 있지만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
진정한 야생 체험은 역설적으로
돌고래의 부재를 체험하는 것

선장이 소리쳤다 “돌고래다!”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되어간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과 제주 서귀포시의 퍼시픽랜드에서 각각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 그리고 춘삼이, 삼팔이(D-38)는 제주도의 야생 바다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제 김녕 앞바다의 배에 오르면 한때 ‘쇼돌고래’로 살았던 이 ‘야생 돌고래’들을 볼 수 있다.

수족관에서 살던 돌고래가 바다에서 장기간 관찰된다는 것은 먹이사냥을 능숙하게 한다는 것, 즉 야생 적응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무리와 함께 다닌다는 것은 돌고래 특유의 ‘사회성’도 되살아났다는 뜻이다. 이날 김녕 앞바다에서 만난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원은 “제돌이가 살이 쪘다. 예전보다 건강해졌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이 세마리는 어선을 따라다니거나 먹이를 구걸하는 등 일부에서 우려했던 ‘인간친화적인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김광경(47) 김녕요트투어 대표는 “관광객이 탄 요트 앞에서 ‘선수타기’(돌고래가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타고 노는 것)를 하지만, 다른 야생 돌고래들과 빈도나 횟수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는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아니, 자신들이 관심있을 때에만 와서 파도를 타며 놀 뿐이다.

2009년 5월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의 정치망에 불법 혼획된 제돌이는 하루 3~4차례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했다. 2012년 3월 서울시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제돌이의 ‘쇼’는 끝났고, 이듬해 7월18일 야생 적응 프로그램을 마치고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퍼시픽랜드에서 공연하던 춘삼이와 삼팔이도 법원의 몰수 판결로 제돌이와 함께 야생방사됐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동물복지’라는 낯선 의제를 던졌다. 동물의 생명권, 더 나아가 동물이 누리는 ‘삶의 질’(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제돌이 야생방사로 무엇이 변했을까. 놀랍게도 전시공연용 돌고래는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동물자유연대 자료를 보면, 국내 수족관에 수용된 돌고래는 모두 52마리다. 제돌이 야생방사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2011년 27마리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국내외 대자본이 한국판 ‘시월드’를 꿈꾸며 몇년 전부터 준비해온 돌고래 전시공연 산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계 자본이 투자한 거제씨월드와 한화 계열의 아쿠아플라넷 등 중형 아쿠아리움이 문을 연 데 이어 제2롯데월드에서 북극 흰고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경기 용인에 대형 아쿠아리움을 지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선진국에서 돌고래 전시공연이 비인도성으로 인해 사양산업이 되자, 중국 등 동물복지 인식이 낮고 규제가 없는 나라들로 밀려나고 있다. 부끄럽게도 우리가 이런 산업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위 사진) 이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지난해 7월 야생방사된 제돌이와 춘삼이도 만날 수 있다. 김녕요트투어 제공
사파리에서 환불 요구하는 건 한국인뿐?

전세계 ‘돌고래 산업’은 크게 두가지 추세로 요약된다. 첫째, 돌고래 전시공연이 동물복지 비판론에 직면하면서 사양화되는 경향이다. 유럽연합 28개국 중 13개국에 고래류 전시시설이 없으며, 인도는 지난해 돌고래 전시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둘째, 미국처럼 돌고래쇼 산업과 친환경적인 야생 고래관광이 긴장 속에서 공존하는 경우다. 미국에서는 시월드 등 대자본이 주도하는 돌고래쇼와 캘리포니아·하와이의 고래관광이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시월드 올랜도에서 일어난 범고래 조련사 사망 사건으로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도 돌고래쇼 산업은 ‘정치적 위기’를 겪는 중이다. 환경과 경제, 두마리 토끼를 잡은 나라도 있다. 영국은 돌고래쇼에서 고래관광으로 ‘돌고래 산업’을 완전히 전환했다. 영국 선덜랜드대학 피터 휴스 교수가 고래관광을 다룬 2001년 논문을 보면, 영국은 1970년대 돌고래 수족관이 25곳까지 늘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정부의 규제 강화로 1980년대 중반 6곳으로 준 뒤, 1990년대 초반 아예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제돌이 야생방사와 비슷한 돌고래 ‘로키’의 야생방사 캠페인 ‘인투 더 블루’ 프로젝트가 국가적인 관심 속에 치러지자, 야생 돌고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뒤이어 웨일스의 카디건 베이, 스코틀랜드의 머리 퍼스 등 영국 해안가 전역에서 돌고래 관찰 붐이 일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고래관광이 주요 관광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속도가 빠르고 이동 범위가 넓은 돌고래의 특성상 세계 유명 고래관광지(주로 돌고래가 아닌 대형 고래를 대상으로 한다)처럼 고래 관찰률이 높지 않지만, 생태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2010년 애버딘환경지속가능성센터가 낸 ‘스코틀랜드 고래관광 보고서’를 보면, 연간 5만2200명이 1박2일 이상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을 찾아 고래관광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만7000명은 순전히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연간 650만파운드(약 112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돌고래가 신규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래관광에 참여한 한 아이가 돌고래 출석부를 작성하고 있다. 김녕요트투어 제공
제주에서도 고래관광이 돌고래쇼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낮은 고래 관찰률’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높은 관찰률이 고래관광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관광객의 만족도는 ‘고래를 보러 가는 과정’의 복합적인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원할 때 동물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근대 동물원이 생긴 뒤 형성됐다. 영국의 문화비평가 존 버거는 동물원을 자연의 우연성, 통제되지 않음을 왜곡해 재현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이와 달리 고래관광은 동물과의 우연한 만남을 제공한다. 돌고래를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정한 야생을 체험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고래의 부재를 체험하는 것이다. 고래관광은 만남의 우연성을 당연스레 받아들이는 관광객의 의식 변화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빅 5(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놓치고 환불을 요구하는 건 한국 관광객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녕 앞바다에 돌고래는 지난 4월에는 10일간, 5월에는 13일간, 6월에는 15일간 나타났다. 돌고래들은 하루 종일 머물기도 하지만 바삐 통과하기도 한다. 고래관광 항해는 1시간이니 실제 볼 확률은 더 떨어진다. 김광경 대표에게 물었다.

“돌고래를 못 봤다고 항의하지는 않나요?”

대답은 의외였다.

“본 사람이나 안 본 사람이나 똑같이 즐겁게 배에서 내려요. 사전에 야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생태 설명을 하니까요.”

기자도 세번 배를 타서 한번 고래를 만났다. 하지만 세번 모두 설레는 기분이었다. 이제 동물원에 제돌이는 없다. 제돌이를 보기 위해선 제돌이가 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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